[ 꺼내,잇는 ]은 예술청 실험적 아트 프로젝트 A팀이 제안한 ‘시·민·이·여詩·民·異·與’의 한 프로젝트입니다. 실험적 아트 프로젝트 A팀은 ‘시·민·이·여詩·民·異·與’라는 대 주제 아래, [ 현수막 프로젝트 : 화이트배너 ], [ 다음시축제페스티벌 ], [ 꺼내, 잇는 ]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과정 중에 교류, 협력하며 예술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여기, 그리고 그 다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 꺼내, 잇는 ]
프로젝트 [ 꺼내, 잇는 ]은 시작을 회고하는 이야기에 시작하는 이야기를 덧대어 세상의 모든 시작 곁에 세웁니다. 이 홈페이지는 [ 꺼내, 잇는 ]이 동숭아트센터에서 처음 꺼냈던 초기 기획에서 출발하여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기 까지의 여정을 공개합니다. 느리고 부족했던 그 여정이 시작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는 퍽 쓸만한 무엇이기를 희망합니다.
[ out and linked ]
Project [ out and linked ] is an attempt to visualise the process of formation of solidarity and the possibility of circulation of insights. The project has three component part; interviews, story workshops, and an exhibition. Interview was designed to pull out the retrospective stories regarding the first art and cultural experience from artists participating in the construction of Yesulcheong. Story workshops took the original texts from the interviews. 3 artists who just started their artistic career responded to the texts with their own sculptural creations. The exhibition was held from 16th November 2020 to 22nd November 2020 at Maroniae park located at the centre of Seoul. This homepage is to deliver the journey of this project.

2019년 12월 26일 오후 3시 동숭아트홀 지하1층 꼭두박물관에서 2020년 11월 16일 마로니에 공원에 오기 까지 초기 [꺼내, 잇는] 의 기획은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힌트가 되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나누려 하니 제 마음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공공의 영역에 꺼내 두는 데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연대기 요약은 솔직하지도 못하지만, 거짓이지도 못합니다. 보시는 분들의 너그러운 마음에, 양해를 구해봅니다.
막연히 이곳은 예술인으로 사는 것의 버거움을 하소연할 곳이길, 예술인으로 사는 삶에 답을 제공해 주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예술인으로 사는 버거움과 기쁨을 다루는 기존의 담론과 표현방식들 곁에서, 지금 예술청이, 그 이야기를 또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던 이가 있었고, 그 많은 어려움 중에 어떤 어려움이요? 하는 이도 있었으며, 침대와 같은 내밀한 오브제를 야외로 꺼내는 것이 주는 예술적 감흥이 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풀어내는 다른 예술인들의 작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너무 추상적인 고민을 안고 있어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고 나를 걱정해 주는 이도 있었지요. 행정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초보 예술인을 위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도 있었고,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구현시켜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주는 이도 있었답니다. 정리가 되는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이도 물론 있었구요. 일년 정도의 과정 동안 정말 많은 이들이 이 프로젝트에 조금씩 마음을 꺼내 주었는데요, 서로를 '이은이'라고 부르기로 한 프로젝트 참여 아티스트들은 그 마음들을 프로젝트 끝났다고 놓아버릴 수가 없었고, 해서 이 여정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작업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우리, 그 정박하지 못하는 마음에 서로가 서로에게 닻이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이 글에 다 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있는 용기가, 어쩌면 이은이들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트 [ 꺼내, 잇는 ]은 예술청 기획 운영단의 이야기를 비대면 형식으로 인터뷰 했습니다. 예술청 베타 홈페이지에 예술청 사람들 코너가 있는데요, 그 곳에서 그 모든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꺼내, 잇는 ] 서로의 처음을 기념해 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정서적 연대를 만들어 내는지, 이미 처음을 지난 이들의 이야기가 처음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에 무게를 둔 예술적 실험입니다.
초기 인터뷰 질문을 작성하고, A팀 기획회의가 있었는데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질문지를 꺼내 보인 것이 기억납니다. 시간을 들여 읽어 준 유희경 시인과 우희서 작가는 제게 조금 더 진솔하고 솔직한 질문을,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도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었는데, 그 피드백을 받아 돌아 온 날 여전히 예술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구나 깨달았어요.
심보선 시인이 초기 기획 회의에서 두서 없는 제 기획 설명을 가만히 듣다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접근법을 바꿔, 예술하면 무엇이 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때요?"라고. 그 피드백을 받고 돌아온 날은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쩌면 예술인으로 사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는 것으로, 내가 예술을 그만둘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요.
유희경시인과 우희서 작가의 피드백과 심보선 시인의 조언이 만나, 질문들의 구획을 전면 수정하였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그래서 도대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습니다.그렇게 처음에 대한 질문들이 이 두 사건으로 생겨 났고, 조언을 듣는 구석도 마련했습니다.
마침 예술청 홈페이지에 예술청 사람들이라는 코너가 만들어 지고 있었는데요, 그 코너를 기획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던 김미소 감독은 예술청에 모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예술청에 모인 예술인들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더라구요. 그렇게 또 그들을 알고싶은 마음이 질문되었습니다.
총 23분이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예술인으로 살아내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였습니다. 따듯한 마음과 끈끈한 걱정들이 쏟아졌어요. 그 모든 내용을 [ 꺼내, 잇는 ]에 참여하는 3명의 시작하는 예술인들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 반짝이는 선배 예술인들도, 구비구비 지난한 길을 지나왔고, 여전히 많은 질문을 만들며 스스로를 부수고 다시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답이 없음에도 나아갈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부족함을 채워갈 용기가 생기는 느낌이었지요.
이야기 워크숍은 다음 질문을 중심으로 기획했습니다.
1. 문화예술인으로 살겠다고 처음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2. 당신의 첫 문화 예술 활동은 무엇인가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4. 첫 문화 예술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위 질문에 대한 예술청 기획 운영 준비단의 응답에서 예술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의 더미를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동료를 찾으라는 조언과 건강한 신체에 대한 조언, 건강한 자아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강조하는 조언들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건강한 자아를 만드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환기가 되어 줄 수 있고, 그렇게 소중히 가꿔낸 우리의 건강과 일상, 관계가 결국에는 예술을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배웠지요. 그것이 이야기 워크숍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타운 사업을 통하여 선발된 시작하는 예술인들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지원한 이유와 기대하는 점을 나눴는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었죠.
<<이야기워크숍 >>
비대면 워크숍을 통해 수집한 예술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주제어를 발굴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우리는 예술청 사람들의 첫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회고와 우리에게 던지는 조언이, 시작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워 주는가에 집중하며 인터뷰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주제어를 분류하면서 어떤 조형물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함께 고민했지요. 셋은 그 많은 조언들 속에서 자신을 잘 돌보는 것으로 건강한 동료를 만나게 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게 되는 것으로 문화 예술 활동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는 조언에 멈추어 감격했습니다.
<<공방워크숍 2차례 >>
목공소와 철공소를 함께 다녔습니다. 거친 우리의 스케치가 구현되는 과정을 보며 전율하고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잘 읽히는지 피드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촉박한 스케줄을 함께 소화하고, 작업을 하면서 경험하는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급한 전개가 작업의 흐름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작업의 막힘을 뚫기도 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함께 했습니다.
<<마무리 워크숍>>
11월 23일 있었던 마무리 워크숍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작한 예술인들의 체험을 갈무리하는 자리였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3명의 시작하는 예술인들은 이야기 워크숍을 통해 나눈 통찰을 각각 조형물로 만들었고, 그 3점의 조형물을 마로니에 전시했습니다. 공원 일부를 산책하며 경험하는 전시였지요. 다음은 각각 작업한 조형물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체험에 대해 쓴 글입니다.
1. "꺼내, 잇는", 장비치
공원 산책을 즐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많은 공원이 있던 지역에 살던 때 입니다. 런던 서부에 거주하던 때이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베터시공원, 그린공원 등 정말 많은 공원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공원을 방문할 때면, 공원의 지도와 정보를 알려주는 키오스크가 그렇게 반갑고 좋았습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어 낯선 공원을 지도도 없이 안전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표류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술청이라는 공간이 내년 6월 대학로에 문을 엽니다. 예술인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며 예술인들에게 적합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0년 예술청 내부의 다양한 실험들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보았습니다. 예술이 무엇이기에 이런 방법으로 구비하고 지난한 길을 가고 있는지, 감동을 받고 귀가할 때도 있었고, 오히려 더 큰 의문을 안고 귀가할 때도 있었습니다.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 예술인 정체성을 지속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꺼내, 잇는]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시민이여"라는 큰 주제 아래, 다른 프로젝트들과 따로, 또 같이 무엇을 만드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처음 이 제안을 꺼낸 것이 작년 12월인데, 어느덧 2020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을 때는 예술인들의 어려움을 꺼내 두고 싶었습니다. 이렇게나 어렵고,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저는 비겁하게도 예술을 포기할 궁리를 타인의 고통에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에게, "거봐, 예술 안하길 잘 했지?"라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해줄, 단서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초기 예술청 기획 모임에서 "예술을 해서 남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어때요?"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질문이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실험적 아트 프로젝트 A팀 안에서, 다른 프로젝트들의 진행을 함께 했습니다. 작업을 구현하는데 있어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기도 했고, 그것을 해결하는 마음가짐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목도하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예술을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 해보길 제안했던 그 질문을 키운 양분이었습니다.
[꺼내, 잇는]은 서로의 처음을 기념해 주는 것이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예술청의 시작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첫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한 회로를 시작하는 우리 셋이 작업을 만들어 기념하는 것이, 과연 어떤 연대를,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요.
예술청을 만드는 예술인들과 [꺼내,잇는]을 만든 예술인들은 물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회고안에서, 나아갈 희망을 용기를 찾아냈습니다. "그대로, 너로 있으라"는 그 말들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자취에서 간절히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경로는 마치 그 과정이 비겁하게 예술을 포기할 궁리를 하는 경로라고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또 어떤 경로는 당신이 정답이라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예술이라는 우주에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꺼내,잇는]은 공원의 지형도와 정보를 제공하는 키오스크였으면 합니다. 예술이라는 방대한 우주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수호하는 곳이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어떤 걸 구현하고 싶어하는지를 들여다 봐주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곳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조언이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시작하지 말라고, 그럴 의지가 있냐고 다그치기도 합니다. 험난하고 척박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에 대한 염려의 마음도 함께 들어 보시면서, 든든한 마음으로 마음껏 표류하고 방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환대, 김소라"
나에게 예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언제까지 곁다리만 걸치며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이라 감탄만 하고싶지 않았다. 이 길로 가기로 한 것,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 과거의 내 선택에 명분을 주고 싶어서, 나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서 또 예술 활동의 더 깊은 동력을 알아 내보고 싶어서 나를 이 프로젝트 위에 꺼내 놓았다. 시도 자체가 도전이었기에 첫 워크숍을 가는 길 떨리는 내 마음을 따라가며 단단하게 내린 확신은 ‘꺼내 잇는’ 프로젝트에 몸을 담는 일이 나를 모든 방면에서 성장시켜 줄 수 있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절정에 다달아가는 지금에도 처음의 떨림과 확신을 놓치지 않으려 고심이다.
나는 사람을 음료에 비유하는 걸 즐기는 타입인데 첫 워크숍에서 만난 비치님은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같은 분이셨다. 첫 인상이 정말 멋있으셔서 톡 쏘는 산미를 느꼈고 정성과 시간이 쏟아져 만들어진 아메리카노처럼 정말 속이 꽉 차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보배님은 타임 한 줄기 들어간 레몬에이드 같은 분이셨다. 초록의 식물과 잘 맞는 사람이고 말투, 행동 모든 곳에서 레몬에이드의 상큼함이 피어올랐다. 이런 이상하고 요상한 생각을 끝으로 우린 아주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어갔는데 그 속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예술가는 동료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동료의 모습으로 ‘꺼내 잇는’에 몸담고 있었고 동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이 상황의 고리가 착착 이어지며 순간은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서로 간 소통으로부터 정답을 찾아낸 것 같았다.
앞선 비유의 연장선으로 본인은 하얀우유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얀색, 말 그대로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고 다양한 재료를 섞어야 하는 단계의 사람. 늘 하얀 우유같은 무지의 상태를 인지하려고 한다, 나를 비워야 새로운 사람과 자극을 받아들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광고와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교 졸업반 학생이다, 몸담고 있었던 대학에서 끝을 긋고 다시 시작을 써내려가야하는 위치에 있다. 앞으로의 세상에선 더 자유롭게 예술을 하고싶다. 이것저것 끈기있게 도전하다보면 바닐라라떼든 밀크스무디든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작품명: 환대 歡待]
예술의 시작은 본능적이다, 그렇기에 운명적으로 다가온다. 무형이 감정이 만들어낸 확실한 본인만의 고리가 있다. 그리고 이 고리를 키워나가는 것은 확실히 본인 존재의 영향력이 크다. 파동처럼 그 고리를 키워나가야하는 과정은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지구력을 가지고 끈기있게 달라붙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 큰 존재, 동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나의 고리와 동료들의 고리가 만나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어떨까.
환대 받을 수 있고 환대할 수 있는 예술가이고 싶다. 사람이든 유형의 작품이든 무형의 상상 속 어디서든. 좋은 것들을 마음껏 흡수 할 수 있는 말랑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크게 크게 성장하고 싶다. 나를 환대해주는 공동체에 속해있으며 또 그들을 환대할 넓은 마음을 가지고 끈기 있게 예술을 할 것이다.
3. "kisses under the mistletoe" , 전보배
저에게 2020년은 대학교 졸업 후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한 환경을 짓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해였습니다. 처음으로 기관 밖에서 작업하며 작업실 이사부터 익숙한 재료들을 서울에서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까지 막막하던 시기를 지나 이 곳에서 작업하는 것과 조금은 친해 졌을 때 [ 꺼내, 잇는 ]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작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마주치게 되는 고민이나 작업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첫 워크숍에서 글을 쓰는 소라 작가와 참여 미술을 주로 다루는 비치 작가를 만나 예술의 시작을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먼저 시작한 예술인들의 조언과 계기 등에 대한 인터뷰를 읽으며 작업을 대하는 생각이 넓어지고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손에 잡힐듯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작업을 다루는 셋이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공통된 고민의 지점을 나누는 것만으로 큰 공감과 지지력을 느꼈습니다.
저는 주로 조형과 설치 작업을 만듭니다. 개인과 사회 또는 개인 사이의 관계성을 물질 간의 제스쳐를 통해 그리며 형태나 재료로 농담을 만듭니다. 최근에는 혼자서 작업을 시작하며 내가 사회와 가지는 특수한 관계에 흥미를 느끼며 여성, 작업자, 노동자로서 제가 사회나 개인과 가지는 관계성을 계속 비춰보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 또한 내가 구조와 갖는 관계와 지금 계절에 대한 농담입니다. 서울에서 산책하다보면 잘 닦인 도로 등의 정돈과 길고양이나 가로수나 작은 식물들 같은 종종의 터짐을 보는 것이 즐거운데 그런 일상적인 기쁨이 작품에서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 꺼내, 잇는 ]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 서울 곳곳의 인쇄소, 목공소, 철공소나 작업 방법들을 공유하며 처음 시작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작업을 위해 필요한 재료나 업소를 공유하는 사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등, 이 공동체의 다른 기능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습니다. [ 꺼내, 잇는 ] 프로젝트의 만남이 처음 시작하는 예술인들의 정서적, 실질적 지지를 위한 걸음들 중 하나가 되었길 바랍니다.
[ 꺼내, 잇는 ]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11월 23일 마무리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워크숍이 예술청 예술인들의 처음에 대한 회고, 예술인으로 살기로 결심한 계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는 조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문화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깊이 들여다 보았다면, 마무리 워크숍은 우리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와 조언에서 얻은 위로와 치유의 감성이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으니, 다음을 계획하는데 필요한 원동력은 스스로가 되어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마무리 워크숍은 우리가 스스로의 일상을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시간의 쓰임과 구획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시각화하는 라이프 컬러링 툴킷을 사용했습니다. 나의 일상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나의 다양한 정체성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든요. 전시가 이루어지는 일주일을 시각화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이루어진 만남들이 주는 고마움과 설레임,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 것이 주는 안도감을 나누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발견과 인정의 고백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을 발견한 후, 우리는 항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스스로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 누구의 조언이나 가이드를 넘어, 내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솔루션을 제안하고, 머물러 있음을 목도하고, 일어나 걸음을 응원하는 일은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건강한 자아는 건강한 공동체로 나를 데려가고, 건강한 공동체는 나를 건강하게 하거든요. 이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서기 위해, 우리는 셀프톡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인중이 길어지고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이은이들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돌아가며 낭독했습니다. 그 말들이 꼭 내게 하는 말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 꺼내, 잇는 ]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예술청을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예술 생태계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고, 그 간접경험이 스스로를 잘 돌보라는 통찰을 주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 지구력과 체력이 예술인 정체성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거라는 말이었죠. 우리 세 이은이들은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반복적으로 이 체험을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만남, 깊어진 만남, 반가운 만남으로 [ 꺼내, 잇는 ]에서의 생각, 그 다음을 상상합니다. 스스로에게 힘이 될 스스로의 말들과 함께요. 예술청이 [ 꺼내, 잇는 ]과 같은 거친 시도들을 지켜봐주고, 구현할 수 있도록 마음 써주는 것이, 또 다른 시작에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떠한 시작도 완벽할 수 없고 세상의 모든 완벽은 거친 시작에 뿌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실수하고 넘어지고 욕먹더라도, 포기만은 하지 맙시다!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때로는 큰 배움을 주기도 하니, 물러서는 것이 답인 순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어린 눈길 주셨던 모든 분들과 따듯한 도움의 손길 주셨던 분들 마음에 깊이 간직하겠습니다.